▒ 다이어리
할.머.니.댁
로사
2009. 8. 19. 17:10
지루한 장마가 지나가고 무더운 여름이 오면
해질녁 집안 보다는 선선한 마당에서
저녁을 드실 모양이다
싸리 빗자루로 멍석을 싹싹 쓸어내기가 무섭게
할머니는 밀가루를 밀어 만든
칼국수를 내 오신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뽀얀 국물의 그맛
저녁상을 물리고 나면 어느새 어둑어둑
땅거미가 내리고 할머니는
삶은 옥수수를 한 소쿠리 담아 내놓으며
옛날 이야기 보따리를 푸신다
옛날옛적에 호랑이가 살았는데
떡 하나 주면 안잡아 먹지
한참 이야기를 듣다보면
벌써 눈치를 채신 할아버지는
풀을 한아름 놓고
모깃불을 피우신다
피워주신 모깃불 덕분에
모기 걱정없이 멍석에 누워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
수 많은 별들을
헤아리다 보면
스르르 잠이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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