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
세월아...
로사
2011. 5. 4. 20:20
나이 드니까, 글쎄,
혓바닥도 같이 늙어 가는지 음식 맛을 잘 모르겠어.
내 딴에는 최대한 싱겁게 끓였는데
애들은 너무 짜다고 난리야.
콩나물도 맛없다,
김치도 맛없다,
엄마 솜씨가 왜 이렇게 형편 없어졌냐고 타박들이야.
남편은 아무 소리도 않는데 말이야.
그러고 보니 그 양반도 맛있어서
아무 소리 안 한 게 아니라
맛을 못느껴서 그랬나 봐.
- 박혜란의《다시, 나이듦에 대하여》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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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느즈막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트 한바퀴 휘이 돌아 겨우 몇가지 손에 들고 집에 오니
여전히 아무도 없는 텅.빈.집.
저녁같이 못한다는 남편
오늘도 혼자만의 밥상을 차렸다
티비조차 켜지 않고
필요한 공간만 불밝힌 집안은
고요가 켜켜이 내려 앉은듯
달그락이며 몇술 뜨는 식탁
혼자만의 시간이 길어지는 것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도
나이듦의 하나 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