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사 2012. 5. 16. 12:26

       

      천년을 홀로 살아 간대도

      저 파란 하늘을 휘도는
      한 올, 바람처럼
      붉은 꽃잎 하나 물고
      천년을 홀로 살아 간대도
      나고 지는 것은 어찌할 수 없고

      빛 밝은 햇살이 되어
      님의, 살 가슴에 안기어
      천년을 홀로 살아 간대도
      빛을 싫어하는 그림자가
      속살거리는 바람을 만들어
      애별리고(愛別離苦)의 가시밭길로
      이끄는 구나

      속 맑은 물처럼
      내 마음 다 들추어
      천년을 홀로 살아 간대도
      글썽이는 눈물이 마르고
      꽃, 잎새의 이슬이 말라
      구름이 되어 하늘에 오르면
      설운 통곡들이 낙뢰 끝 우뢰로
      은죽(銀竹)이 되고 백설(白雪)이 된다 하니

      저 공한 하늘처럼
      수천, 수만 년을 홀로 살아간다면
      눈앞에 일고 지는 일체의 형상들이
      바람, 일순에 스러지는 바람이라 할 터인데
      내, 어이 어이할까나

      이동수 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