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이야기

나무들은 그리움의 간격으로 서 있다

로사 2015. 4. 16. 15:10

 

 

 



고슴도치는 추워지면 서로를 품는다
얼핏 듣기에 고슴도치가
그 날카로운 가시를 달고
어떻게 서로에게 다가 갈 수 있을까 싶다

하지만 거기에는 절묘한 사랑의 기교가 숨어있다
서로의 몸을 품으면서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살갗에 가시가 닿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
아슬아슬하게 가시가 살에 닿지 않는 모습을 상상하면
손에 땀이 날 지경이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이 없다면
고슴도치들은 겨울을 춥게 날 수 밖에 없다

어린 나무를 심을 때는 간격이 중요하다
너무 가깝게 심어 놓으면 가지가 자라
서로의 물관을 겨누게 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무도 고슴도치도 모든 것이 그러하듯
간격이란 관계를 오래 버티게 하는 힘이며
그 관계를 서로 성장하게 만드는 힘이다

사랑할수록 친할수록 더 많이 다가가고 싶고
더 많이 들여다 보고 싶고
내부의 울림까지 모두다 쏟아내고 싶어지지만
가까울수록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거리를 유지하는 것
그것을 '오랜 사랑을 위한 배려' 라고 이름 붙이고 싶다.


- 나무들은 그리움의 간격으로 서 있다  / 원재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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