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

담쟁이

로사 2009. 4. 13. 20:20

 

 

 

담 쟁 이 / 도 종 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 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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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쟁 이 / 이 경 임

 

내겐 허무의 벽으로만 보이는 것이

그 여자에겐 세상으로 통하는

창문인지도 몰라

내겐 무모한 집착으로만 보이는 것이

그 여자에겐 황홀하게 취하는

광기인지도 몰라

 

누구도 뿌리내리지 않으려 하는 곳에

뼈가 닳아지도록

뿌리내리는 저 여자

잿빛 담장에 녹색의 창문들을

무수히 달고 있네

질긴 슬픔의 동아줄을 엮으며

칸나꽃보다 더

더 높이 하늘로 오르네

 

마침내 벽 하나를

몸 속에 삼키고

온몸으로 벽을 갉아 먹고있네

 

아, 지독한 사랑이네

 

안치환 곡/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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