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

가을편지

로사 2012. 9. 27. 22:15

 

 

 

    가을편지 밤새 편지지 앞에 두고 만년필 만지작거리며 쓰고 지우던 그랬던 편지 이제는 참 오래 되었다 컴퓨터란 기계와 휴대폰이란 기계가 그 모두를 대신하고 있으니 그날들의 감흥은 이제 없다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를 빨간 우체통에 넣고 돌아서면 뭔가 아쉬웠던 그때 이런 가을날에는 더 편지 봉투가 불룩했었다 편지 쓰던 일들이 추억거리로 바뀌고 젊은 날들을 모아 두었던 낡은 편지 모음철은 이제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한때는 애지중지 했던 그런 세월의 흔적과 유산이 나이가 들어가는 요즘에는 새삼 더 그리워진다. 오늘은 왠지 문방구에 들러 참으로 오랜만에 편지지 한권을 사고 싶다 그래서 누구에게 보낼 건지 생각도 해 보고 기계자판에 잃어버린 글씨도 살아 있는지 한번 써 보고 몇 번을 찢고 난 다음에 그래도 남는 것을 가을편지로 보내 보고 싶다 편지 부치는 날 가을비가 내리면 멋진 우산을 골라 쓰고 가을편지를 보내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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