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남가주를 공포에 떨게 했던 전직 경찰관의 보복 살인극이 결국 본인의 죽음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김명진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기자>
중무장한 경찰 특수부대가 산장을 향해 쉴새 없이 총탄을 퍼붓습니다.
전직 경찰관 도너 역시 총으로 맞섭니다.
수백 발의 총탄이 오갔고, 영화 속 전쟁 같은 총격전이 계속되길 30여 분.
미국 방송사들은 헬기까지 동원해가며 진압작전을 생중계했고 경찰은 산장을 부수고 진입을 시도합니다.
그 순간 산장 안에서는 자살 총격으로 추정되는 1발의 총성이 들렸고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산장 안에서는 심하게 불에 탄 시신 1구와 도너의 운전면허증이 발견됐습니다.
[존 맥마흔/샌 버나디노 지역 보안관 : 산장에서 있었던 총격전 상황을 보면 과거 도너의 행적과 일치합니다.]
도너는 자신이 해고된 데 대해 앙심을 품고 전직 상관의 딸과 동료 경찰들을 잇따라 살해했습니다.
특히 살해 대상자로 50명의 명단을 공개한 뒤 영화 속 람보처럼 행동에 옮겨 LA 일대를 공포로 몰아넣었습니다.
열흘 동안 4명을 총을 쏴 살해하고 5명을 다치게 한 광란의 보복 살인극은 본인의 비참한 최후와 함께 끝이 났습니다.
(영상취재 : 임문빈)
김명진 기자kmj@sbs.co.kr
키 180cm에 체중 108kg 바레인 파병, 이라크전 참전, 무공훈장 6회,
권총 소총 등 사격 기장 2회, 대테러 훈련 최우수 수료
사건 경위는 이라크전 참전에 빛나는
해군 대위 도너는 전역 직후 LA 경찰에 입문했는데,
훈련과정에서 상관인 에반스 경사가 용의자를 마구 구타하는 것을 보고 놀라
공권력 남용으로 그를 고발했지만, 오히려 질책만 당했고
때문에 결국 낙제점을 받고 해고를 당한다
복직을 걸어 소송을 걸었지만
기각 당하고 인종 차별, 부패, 공권력 남용 등 LAPD의 추악한 실상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자 LAPD에 대한 복수를 시작한다.
도너가 경찰 보복 총기극을 벌인 것은 상관을 무고한 혐의로 해임된 사건과 관계가 있어 보인다.
미 해군 저격수 출신으로 2005년 LA 경찰이 된 도너는 상관을 무고한 혐의로 2008년 면직됐다.
흑인인 도너는 범행 전 페이스북에 쓴 '선언문'을 통해 "LA 경찰국에는 인종차별과
부패가 만연해 있다"며 분노를 표출하고 경찰과의 전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로 미뤄 인종차별과 부패가 그의 면직으로 이어졌으며,
상관의 딸과 약혼자를 살해한 이유인 것으로 추정된다.
소셜미디어에선 도너에 대한 동정 여론이 일고 있다.
동정론자들은 페이스북에 "우리는 크리스토퍼 도너의 편"이라는 페이지를 만들었으며,
2만여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한 지지자는 "그는 '부패한' 경찰을 죽였는데 경찰은 '무고한' 사람을 죽였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트위터에도 그가 경찰에 대해 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트윗이 올라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영웅'의 이미지에 매료되기 쉬운 대중이 도너가 던진 정치적 메시지에 반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크 라몬트 힐 컬럼비아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도너의 글을 읽어보면 완전히 미친소리는 아니다"라면서
"사람들은 그가 죄 없는 사람을 죽인 데 대해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체제에 복수하려는 누군가를 응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것은 현실에서 서부극 장고 영화를 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도너가 인종차별을 이유로 경찰과 맞선 것도 흑인 사회를 중심으로 우호 여론을 만들었다.
도너는 선언문에서 1991년 LA폭동을 촉발한 백인 경찰의 로드니 킹 구타 사건을 언급했다.
또한 경찰이 검거작전에서 무고한 사람에게 총격을 가하면서 비난 여론이 일었다.
LA 경찰은 신뢰 회복을 위해 도너 사건을 재조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