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의 독백 *사소단장* / 서정주
노래가 낫기는 그 중 나아도
구름까지 갔다가 되돌아 오고
네 말굽을 쳐 달려간 말은
바닷가에 가 멎어 버렸다
활로 잡은 산돼지, 매로 잡은 산새에도
이제는 벌써 입맛을 잃었다
꽃아, 아침마다 개벽하는 꽃아
네가 좋기는 제일 좋아도
물낯 바닥에 얼굴이나 비취는
헤엄도 모르는 아이와 같이
나는 네 닫힌 문에 기대어섰을 뿐이다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벼락과 해일만이 길일지라도
문 열어라 꽃아, 문 열어라 꽃아!
* 사소(娑蘇)는
삼국유사 선도성모수리불사(仙桃聖母隨喜佛事)라는
전설에 나오는 여자로서 중국 임금의 딸로 신선의 술법을 배워
신선이 되었으며 계림으로 날아와 박혁거세를 낳았고
지금은 지리산 노고단(老姑壇)
즉 오래된 시어머니가 되어 모셔져 있다는 전설 속의 여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