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나와
산속으로 들어갔다.
말없이 그가 서있었다.
가끔 오고 가는 사람들을 묵묵히 지켜볼 뿐
기다림에 지친 표정도 아쉬움도 없이
마냥 하늘을 쳐다 볼 뿐이었다.
발이 마음처럼 무겁게 느껴질 때 쯤
그가 말했다.
짐을 내려 놓으라고...
등에 진 짐이야 벗으면 그만이지만
마음의 짐은 어떻게 하는가라고
내가 물었다.
그는 빙그레 웃으며
내 발밑을 보았다.
편히 누워있는 낙엽을 보라는 듯
아픔속에
예쁜 싹을 티웠으리라.
땅밑에서 힘들고 어렵게
길어올린 한방울 물로
잎을 키웠으리라.
폭풍속에서 흔들릴 때에도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애틋하게 애틋하게 키웠으리라.
애지중지 늘 안고 살아가던
잎사귀들을 하나 두울
땅으로 떠나 보낼 때
애절함과 아픔 또한 컷으리라.
그는 그렇게 서 있었다.
모두 벗어 버리고
혹독한 추위에도 견디어 내리라
살을 에이는 바람에도 견디어 내리라
눈속에서도 견디어 내리라
산을 나와 세상을 향하는 나에게
그가 말했다.
우리 삶이란 견디어 내는 것이라고
지구를 돌리는 일이란
견딤의 연속인것을
산속에 사는 나무는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사랑도 미움도 견디어 내는것이고
있고 없는것도 견디어 내는것이고
높고 낮은것도 견디어 내는것이고
가고 옴도 견디어 내는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