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

소소한 이야기

로사 2013. 5. 5. 21:37

 

                                 

                                  

            

김한길 씨가 예전 문화부장관 이었던 이어령씨의 딸하고

5년 결혼 생활을 끝내고 회고하며 쓴 글이라는데

늘 하는 생각 이지만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미루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

 

결혼생활 5년 동안, 

우리가 함께 지낸 시간은 그 절반쯤이었을 것이다 

그 절반의 절반 이상의 밤을 나나 그녀 가운데 하나 혹은 둘 다 

밤을 새워 일하거나 공부해야 했다. 

 

우리는 성공을 위해서 참으로 열심히 살았다 

모든 기쁨과 쾌락을 일단 유보해 두고, 

그것들은 나중에 더 크게 왕창 한꺼번에 누리기로 하고, 

우리는 주말여행이나 영화구경이나 

댄스파티나 쇼핑이나 피크닉을 극도로 절제했다. 

 

그 즈음의 그녀가 간혹 내게 말했었다. 

"당신은 마치 행복해질까 봐 겁내는 사람 같아요." 

그녀는 또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다섯 살 때였나봐요 

어느 날 동네에서 놀고 있는데 

피아노를 실은 트럭이 와서 우리집 앞에 서는 거예요. 

난 지금도 그때의 흥분을 잊을 수가 없어요. 

 

우리 아빠가 바로 그 시절을 놓치고 

몇 년 뒤에 피아노 백 대를 사줬다고 해도 

내게 그런 감격을 느끼게 만들지는 못했을 거예요

 

서울의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내게 이런 편지를 보내시곤 했다. 

"한길아, 어떤 때의 시련은 큰 그릇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시련이란 보통의 그릇을 찌그러뜨려 놓기가 일쑤란다" 

 

anyway, 

미국생활 5년만에 그녀는 변호사가 되었고 

나는 신문사의 지사장이 되었다. 

 

현재의 교포사회에서는 젊은 부부의 성공사례로 일컬어지기도 했다. 

방 하나짜리 셋집에서 벗어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3층짜리 새 집을 지어 

이사한 한 달 뒤에, 

그녀와 나는 결혼생활의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해야만 했다. 

 

바꾸어 말하자면, 이혼에 성공했다. 

그때 그때의 작은 기쁨과 값싼 행복을 무시해버린 대가로 

 

 

 김한길『눈뜨면 없어라』中 

        

 

'▒ 다이어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용서  (0) 2013.06.08
내 가슴에 장미를  (0) 2013.05.23
아름다운 부부  (0) 2013.04.17
돌덩어리  (0) 2013.04.13
내 향기로운  (0) 2013.04.10